변화하는 예술 문화공간, 몰입형 전시(AMIEX)로 다시 태어나다

처음 방문한 몰입형 전시장은 제주도 성산에 위치한 빛의 벙커(Bunker des Lumieres)였다. 이곳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해저 광케이블을 설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 통신시설로 숨겨진 벙커였다. 활용하기 힘든 지하벙커를 문화예술공간으로 바꾸다니! 보물섬에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방문 당시 모네(Monet), 르누아르(Renoir), 샤갈(Chagall)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인상주의부터 모더니즘까지 약 20명의 명화를 감상하는 내내 공연을 즐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일반적인 전시장의 특징은 시각적으로 작품을 담아내며 이해하는데 집중했한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어렵게 느껴질 법한 작품감상이 몰입형 전시를 통해 편하게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되면서 공간 안에서 내가 느끼는 감각, 감정들로 작품을 즐긴다. 캔버스만을 바라보는게 아닌 벽, 천장, 바닥, 시설물 등에 투영된 작품과 이에 어울리는 음악을 동시에 감상하면서 여행을 하는듯한 경험을 한다.

실제로 감상하는 사람들은 편하게 바닥에 앉아 감상하고,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기도 하고, 아이들은 즐겁게 뛰어놀기도 한다. 지금까지의 감상과는 다르게 함께 ’경험‘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몰입형 전시가 갖고 있는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제주도 성산에 위치한 -빛의 벙커(Bunker des Lumieres)
▲ 제주도 성산에 위치한 -빛의 벙커(Bunker des Lumieres)

국내에 있는 두 번째 빛의 시리즈는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 위치한 빛의 시어터(Theatre des Lumieres)이다. 예전에 극장으로 활용했던 워커힐시어터가 몰입형 전시장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현재 2023년 3월 5일까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골드인 모션(Gold In Motion)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크림트의 대표작인 ‘키스’, ’생명의 나무‘, ’유디트‘ 등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클림트 작품의 특징은 황금빛의 향연으로 화려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몰입형 전시를 통해 더욱 압도적으로 아름답다는 찬사밖에 나오지 않는다. 옛 워커힐시어터 시절부터 있었던 샹들리에 또한 작품과 어울러지면서 유니크하다는 평을 받는다.

 빛의 시리즈 전시장은 프랑스의 컴쳐스페이스사가 진행한 프로젝트이다. 문화예술 강국인 프랑스답게 우리에게 잊혀질 뻔한 장소들으 전시장으로 쓰여 문화유산이 될 수 있도록 빛나는 공간으로 재창조했다..아트디렉터인 지안프랑코 이안누치(Gianfranco Iannuzzi)는 다양한 공간에 스토리텔링을 더한 뒤 이미지, 사운드, 빛을 바탕으로 작품을 구현한다고 한다. 나역시도 공연의 일부가 된 느낌을 받았는데 이안누치가 바라던 전시가 바로 관객이 수동적인 위치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간을 디렉팅했다고 한다.

▲ 빛의 시어터(Theatre des Lumieres)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작품
▲ 빛의 시어터(Theatre des Lumieres)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작품
▲ 빛의 채석장(Carrieres de Lumieres)
▲ 빛의 채석장(Carrieres de Lumieres)

처음 생긴 몰입형 전시장은 2012년 프랑스 레보 드 프로방스 지방에 위치한 빛의 채석장(Carrieres de Lumieres)이다. 프로방스 지역 자체가 돌산으로 이루어진 지형으로 과거 돌을 채취하는 채석장으로 유명했지만 1935년 폐쇄되었고, 버려진 채석장을 전시장으로 탈바꿈시키면서 한해 6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도시가 되면서 현재에는 전세계적 문화예술지가 되었다.

이후 2018년에는 파리 11구에 있는 낡은 철제 주조 공장이 빛의 아틀리에(ATELIER des Lumieres)가 되었고, 2020년 4월 보르도에는 해군 잠수함 기지로 쓰였던 장소가 빛의 수조(Bassins des Lumieres)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전시장이 되었다. 

▲ 빛의 수조(Bassins des Lumieres)
▲ 빛의 수조(Bassins des Lumieres)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디지털 아트센터로 2차세계 대전 당시에 독일이 잠수함 기지로 사용하던 곳이었다. 전쟁이 끝난 뒤, 버려진 공간이 되었지만 현재에는 빛의 채석장의 3배, 빛의 아틀리에의 5배로 빛의 시리즈 전시장 중에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작품들이 수면에 반사되어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어 관람자로 하여금 더욱 빠져들게 한다. 이처럼 빛의 시리즈 전시장들은 공간자체가 캔버스가 되는데 수많은 프로젝트가 모든 공간을 빼곡이 채운다. 수십개의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클래식들은 웅장함을 더해주고, 백여개의 프로젝터들이 전시장 내부를 빈틈없이 투사하여 더욱  완벽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기법을 AMIEX(Art&Music Immersive Experience)라고 하며, 몰입형 예술이라 한다.
 
 성공적인 빛의 시리즈 전시장들처럼 문화예술의 성장은 한 나라의 경제발전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침체된 도시에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닿게 한다는게 얼마나 힘들면서도 의미 있는 일인지 모른다. 폐허가 된 공간을 살려냄과 동시에 도시에도 활기를 불어넣었다. 평범했던 혹은 소외된 장소를 각색하여 관광지로 탈바꿈하고, 각국의 문화유산을 지키면서 관광산업을 부흥시키는 점은 문화예술이 지닌 힘이자 우리가 더욱 개척해야할 숙제이다. 

 

 

정유림

건국대학교 휴먼이미지학 박사
문화예술평론가
(사)휴먼이미지디자인학회 이사
골드라인필라테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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